저는 요즘 밀리의 서적을 통해 독서를 하고, 넷플릭스를 통해 영상 콘텐츠를 보고, 유튜브 뮤직을 통해 음악을 듣고 쿠팡의 로켓 프레시를 통해 새벽 배송을 받아보고 있습니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낯설었던 구독 경제가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구독 경제는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구독 경제가 확산되었으며 현재는 구독 경제가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구독경제란?
구독 경제란 정기 구독료를 지불하면 원하는 만큼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경제 모델입니다. 미국의 기업용 핀테크 기업 주오라의 창업자이자 구독 경제란 용어를 처음 쓰기 시작한 '티엔 추오'는 구독 경제를 '제품 판매가 아니라 서비스 제공을 통해 반복적인 매출을 창출하고, 고객은 구매자에서 구독자로 전환하는 산업 환경'이라 주장하였습니다.
구독 경제는 새로운 경제모델이 아닙니다. 우유나 신문 등을 정기적으로 배달받거나 정수기, 안마의자 등을 렌탈하는 것 모두 구독 서비스입니다. 현재의 구독 서비스는 빅데이터, 큐레이션, 클라우드 등 IT기술이 접목되어 진화하였습니다.
현재 제공되는 구독 서비스는 3가지 모델로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무제한형 모델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소비가 가능하며, 대표적으로 넷플릭스, MS오피스, 밀리의 서재, 멜론이 있습니다. 두 번째는 정기배송 모델입니다. 정기적으로 제품을 배송해주며 셔츠, 면도기, 생리대 등 소모성 제품들입니다. 이외에도 마지막은 렌탈형 모델로 제품 품목을 바꿔가며 이용 가능하고 사용 후 반납하는 형태로, 자동차, 명품 등 주로 고가의 제품입니다.
이처럼 이전부터 구독 서비스는 존재하였지만 현재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2023년에는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 중 75%가 구독형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이 흐름을 증명하듯 카카오, 네이버 등 많은 기업들이 구독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구독 경제의 확산
1. IT 기술의 발전
클라우드를 활용한 실시간 스트리밍, 온라인 상거래와 같은 e커머스 환경의 정착, 통신기술 및 디지털 플랫폼의 발전, 빅데이터 기반의 고객 맞춤형 마케팅과 연계 서비스 등 이 모든 것 덕분에 구독 서비스가 우리의 일상에 자리 잡을 수 있었습니다.
2. 코로나19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소비 트렌드가 '제품'에서 '서비스'로 옮겨가며 '공유경제'와 '구독 경제'가 확산되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공유경제보다도 구독 경제의 확산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언택트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며 공유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하였습니다. 그에 반해 언택트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구독 서비스가 급성장하게 되었습니다.
3. 밀레니얼 세대
주력 소비 세대가 밀레니얼 세대로 이동하면서 이들이 추구하는 가치관이 구독경제의 확산에 불을 지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소유가 아닌 경험을 더 중시합니다. 하지만 소유하고 싶거나 가치 있게 생각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는 과감하게 투자하고, 그 외의 것들에는 경험 정도만 하는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합니다.
경제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부모 세대보다 가난한 첫 세대'라는 타이틀을 가진 세대입니다. 저성장 시대, 높은 실업률, 고용 불안 등을 경험하고 있는 세대입니다. 주거 공간이나 자동차, 명품 같은 고가의 제품을 소유하기 힘든 밀레니얼 세대에게 구독 서비스는 유동적으로 이를 이용할 수 있게 해 줍니다.
4. 소비자와 기업에게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
소비자 입장에서 구독 서비스는 가성비가 좋습니다. 초기 비용이 저렴하고, 선택, 구매, 관리에 드는 시간이 절약됩니다. 구독 서비스를 신청한 후 서비스를 즉각적으로 이용할 수 있고 서비스 중단 또한 쉬워 진입장벽도 낮습니다. 개인 맞춤형 서비스가 제공으로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찾아 쓰고 즐기는 것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해줍니다. 구독 서비스는 자신이 원하는 소비를 자신이 필요로 하는 만큼 지불하고 경험할 수 있게 해줍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일회성 거래가 아닌 가입 기간 동안 안정적이고 반복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합니다. 물론 초반에는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 비해 수익이 줄 수 있지만, 소비자가 쉽게 제품을 경험해볼 수 있고 소비자에게 지속적으로 높은 퀄리티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으며 구독료에 대해 높은 수익도 가져갈 수 있습니다. 물론 성공적인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고객과의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소비자에게 더 높은 차원의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하고 일정한 품질 관리가 필수입니다. 넷플릭스가 구독 서비스 강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도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해내며 구독자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주었기 때문입니다.
일상 곳곳에서 발견하는 구독 서비스
구독 경제가 활발한 현재 구독 서비스가 우리 일상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지 알아볼까요?
먼저, 해외 사례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미국은 세계에서 구독경제가 가장 잘 발달한 나라로, 다양한 구독 서비스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넷플릭스'가 있습니다. 구독경제 확산에 불을 지피기도 한 기업입니다. 넷플릭스는 2020년 1년간 3700만 명이 신규 가입하며 총 2억 37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게 되었으며, 국내에서 2020년 한 해 동안 2019년에 비해 108%가량 증가한 총 5000억 원이 넘는 수익을 벌어들였다는 추정치가 나오기도 하였습니다. 면도기 구독 서비스인 '달러 쉐이브 클럽'도 인기 있는 미국의 구독 서비스 중 하나입니다. 달러 쉐이브 클럽의 등장은 미국 면도기 시장의 70%를 점유했던 질레트의 시장 점유율이 50%대까지 추락시켰습니다. 의료 분야에서도 '포워드 헬스케어'라는 구독 서비스가 있습니다. 월 149달러에 24시간 건강검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구독 경제 시장으로 우리 생활과 밀접한 라이프스타일 구독 서비스가 있습니다. 커피나 술과 같은 음료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구독 서비스들이 있는데, 'every pass'와 같이 매일 자판기에서 음료 하나를 이용할 수 있는 자판기 구독 서비스도 있습니다. 자판기가 발달한 일본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구독 서비스입니다. 제가 가장 호기심이 갔던 일본 구독 서비스 중 하나는 주거 구독 서비스였습니다. 일본 젋은층에서 비싼 주거비용을 감당하기 힘들거나 주거에 드는 비용을 자신에게 투자하거나 직업의 특수성으로 주거지를 옮겨다는 사람들을 일컫는 '어드레스 호퍼'가 확산되며, 이들의 니즈를 반영한 주거 구독 서비스 등장하였습니다. 대표적인 서비스가 'ADDress(아도레스)'와 'HafH(하프)'입니다.
한국에서도 구독 서비스가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오설록 브랜드 차 정기구독 서비스인 '다다일상', 매월 새로운 전통주를 경험할 수 있는 '술담화', 커피 정기 구독 서비스인 '빈브라더스' 등 다양한 음료 구독 서비스가 있습니다. 전자책 구독 서비스인 '밀리의 서재', 미술품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픈갤러리', 꽃 구독 서비스인 '꾸까', 매월 세탁된 침구를 받을 수 있는 호텔 침구 정기 구독 서비스 '클린베딩' 등 라이프스타일과 관련한 디테일한 구독 서비스가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최근 네이버는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을, 카카오는 '카카오톡 이모티콘 플러스'와 '톡서랍'과 같은 구독 서비스를 출시하였습니다.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의 경우, 2월 말부터 우리나라 대표적인 OTT 서비스 '티빙' 서비스가 추가된다는 소식이 있어 네이버 멤버십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네이버의 구독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제품보다 서비스에, 소유보다 경험에 중점을 두는 소비 트렌드가 정착하며, 20년 전 경제학자 제레미 리프킨이 예견했던 '소유의 종말'이 오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구독 경제가 우리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 지 무척 궁금해집니다.
구독 서비스에 대해 조사하면서 흥미로운 서비스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다음 포스팅부터는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에 변화를 가져다준 구독 서비스들에 대해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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