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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하나연/드라마·예능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당신의 스물아홉은 어땠나요?

청춘

우연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재방송을 보게 되었습니다. 클래식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선뜻 끌리는 드라마는 아니었지만, 등장인물이 이전부터 호감이었던 박은빈 배우님과 김민재 배우님이었기 때문에 기대를 가지고 시청을 시작했습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스물아홉 경계에 선 클래식 음악 학도들의 아슬아슬 흔들리는 꿈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20대 끝자락 이야기.

 

드라마를 시청하며 지난날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2회 방송에서 채송아(박은빈 분)가 오늘 연주가 어땠냐는 질문에 박준영(김민재 분)이 "저도 만족해요. 다들 좋아하시니깐"라고 답하자 저의 마음이 시렸습니다. 그리고 채송아가 "다른 사람 말고 준영 씨 마음엔 드셨어요?"라는 질문에 한참을 생각하는 모습이 스물아홉의 내 모습이 비쳐 눈물이 났습니다. 

 

당신의 스물아홉은 어땠나요?

나의 스물아홉. 서른인 내게 가장 최근 일이어서일까, 인생에서 가장 고민이 많았고 항상 마음에 불안감으로 가득 차 위태로웠던 시기였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 나의 몫을 다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취업하기 위해 발버둥 쳤습니다. 사회가 원하는 사람이 되고자 애썼습니다. 그 누구도 시킨 것은 아니었습니다. 취업을 해야 하는 나이라 생각했고,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자신을 돌아볼 여유 따윈 갖지 않았습니다. 시작부터 내가 아닌 타인의 시선에 맞춰 살았고, 타인의 만족을 채워주지 못했다는 생각을 할 때는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스물아홉. 나와는 멀게만 느껴졌던 번아웃을 겪게 되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급격히 나 자신을 잃어갔습니다.

 

힘겨웠던 20대 끝자락이 지나고 서른이 되었습니다. 나이 앞자리가 바뀌어서였을까, 내가 버티고 있는 세상이 나와 어울리지 않는데 너무 애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이 세상에서 버텼던 이유는 사회인으로서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소속, 월급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나를 버려가며 사는 것이 무슨 소용인가 싶었습니다. 삶이 너무 안타깝고 아까웠습니다. 과연 이렇게 버티고 있는 것이 답일까.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렸지만 틀린 방향으로 가고 있던 건 아니었을까. 가라앉은 나를 끌어올렸고, 버틸 줄만 알았던 저는 용기 내어 포기를 하였습니다. 

 

지금의 나는 잊고 있던 과거를 들춰보며 삶의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물론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지만, 내가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느라 놓쳤던 것들을 시작으로 내가 원하는 삶 그리고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삶을 살고 있는 현재. 나의 인생을 스스로 컨트롤하고 있다는 확신을 주고, 삶을 내 스스로가 만들며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자존감도 조금씩 찾아가고 있고, 무슨 일이든 나를 믿고 자신감 있게 도전하고 있습니다. 틀린 인생은 없습니다. 하지만 나의 주관이 없는 나의 인생은 후회로 가득한 삶이었습니다. 이전의 삶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으려고 여전히 노력 중이며, 지금의 내가 좋습니다. 

 

 

가을에는 브람스

드라마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면,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브람스의 인생과 관련 있습니다. 브람스가 평생 사랑했던 사람은 선배 음악가이자 절친한 동료였던 슈만의 아내 클라라였습니다. 같은 음악가였던 클라라는 브람스의 곡을 자주 연주했지만, 그녀의 곁엔 항상 남편 슈만이 있었고, 그런 클라라의 곁에서 브람스는 일생을 혼자 살았습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브람스와 비슷한 사랑을 해온 두 주인공 그리고 그 친구들의 꿈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20대의 마지막인 스물아홉. 마지막이라는 단어때문이었을까 초조하고 다급하게 무언가를 이뤄내려고 애썼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였을까 오히려 해낸 것보다 하지 못했던 것들이 더 많았던 스물아홉이었습니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드라마를 통해 나의 지난날을 추억해보시는 건 어떠실까요? 가을에 정말 잘 어울리는 드라마입니다. 꼭 한번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가을